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으로 여겨졌던 게임이나 예술 활동이 뇌의 노화를 늦추는 강력한 '회춘약'이 될 수 있다는 국제 공동 연구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일랜드, 폴란드, 칠레 등 13개국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이 연구는 창의적인 활동이 뇌의 생물학적 나이를 실질적으로 젊게 만들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뇌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이나 식단 관리 못지않게 창의적인 경험이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연구진은 전 세계 성인 1,400여 명의 뇌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각 참가자의 뇌파(EEG)와 뇌자도(MEG)를 측정한 뒤, '브레인 클락(Brain Clock)'이라는 AI 기반 모델을 활용해 개인별 생물학적 뇌 나이를 계산했다. 이렇게 산출된 뇌 나이에서 실제 나이를 뺀 '뇌 연령 격차(BAG)' 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할수록 뇌가 건강하고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음악가, 댄서, 예술가, 게이머 등 창의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의 뇌는 일반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전문 탱고 댄서의 경우, 뇌 기능이 실제 나이보다 무려 7년이나 어린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안겼다.

 

이러한 뇌 회춘 효과의 배경에는 '신경 가소성'과 '뇌 연결성 강화'라는 두 가지 핵심 원리가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혹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복잡한 판단을 내리는 모든 과정은 뇌의 주의력, 운동 조절, 문제 해결 능력을 담당하는 특정 회로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자극은 노화 과정에서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노화 취약 허브'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창의적 활동은 뇌가 늘 새로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에, 단순히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활동보다 훨씬 강력한 신경 보호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효과가 전문가 수준의 숙련자가 아닌, 새로운 활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들에게서도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략 게임 경험이 거의 없던 초보자 그룹도 몇 주간 약 30시간가량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한 뒤 뇌 나이가 평균 3년 젊어지는 결과가 관찰됐다. 이는 뇌가 익숙함보다는 낯선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음악이나 춤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보다 직접 배우는 것이, 쉬운 퍼즐을 푸는 것보다 복잡한 전략 게임의 규칙을 학습하는 것이 뇌를 훨씬 강하게 활성화시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