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찐' 국뽕! 고려 금빛 필사본 & 조선 시왕도, '덕후'들 심장 저격하며 귀환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던 우리 문화유산이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국외재단)은 지난 8일, 일본에 유출되었던 고려시대 국보급 불교 경전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 전기 '시왕도'가 성공적으로 환수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단순한 유물 회수를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의 온전한 회복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환수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고려 불교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쪽빛으로 물들인 감색 종이(감지) 위에 순금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필사된 이 경전은, 당시 고려인들의 지극한 신심과 뛰어난 공예 기술을 웅변한다. 불교 경전을 베껴 공덕을 쌓는 사경(寫經)의 전통 속에서 탄생한 이 유물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의 일부이다. 특히 국가유산청은 이 경전이 코리아나화장박물관이 소장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15'와 한 세트임을 확인하며, 흩어졌던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의미를 더했다.

 

이 귀한 경전의 존재는 지난해 10월, 일본의 한 소장자가 국외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은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협상을 통해 지난 4월, 마침내 이 경전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국외재단 관계자는 "정교하고 치밀한 선 묘사에서 고려 불교 예술의 화려함과 장인들의 높은 수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함께 돌아온 '시왕도'는 저승에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조선 전기의 불화로, 총 10폭으로 구성되어 완전성을 갖춘 작품이다. 이 시왕도는 2023년 8월 일본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외재단이 낙찰받아 환수하게 되었다. 조선 초기의 불화가 희소하다는 점에서 이번 시왕도의 환수는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에 환수된 두 작품에 대해 "제작된 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문화유산 환수는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져, 국민들의 성원이 문화유산 보호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환수는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한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자,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잃어버린 천년의 빛이 고국에서 다시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