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5kg 무게의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단순한 근력 저하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삶의 질 저하와 여러 만성 및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 증가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15개국에 걸쳐 50세 이상 중·노년 인구 약 5만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들이 5kg 물건을 들기 어려워하는지 여부가 건강 상태와 미래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대학교의 리즈완 카이사르 교수는 “5kg을 들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 만성 폐 질환, 고관절 골절, 관절염과 같은 관절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연관성은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간단한 5kg 물건 들기 검사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장래의 건강 문제를 예측하는 초기 신호로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kg짜리 물건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근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력 약화는 여러 질병의 위험 인자로서, 건강에 있어 심각한 경고 신호다. 의료 현장에서는 보통 고가의 특수 장비를 이용해 근력을 측정하지만, 이러한 장비는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누구나 집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5kg 무게의 물건 들기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쌀 소포장, 설탕 봉지, 작은 애완동물, 프라이팬 등이 해당되며, 이러한 물건을 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근력 저하와 함께 향후 건강 문제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7억 1000만 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는 신체 이동성과 민첩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로 지목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병원 방문 없이도 스스로 근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쉽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학계에 의미가 크다. 독일 SHARE 베를린 연구소의 파비오 프란체제 박사는 “5kg 들기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강력한 건강 예측 지표로 작용한다”며 “근력 약화는 단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미래 질병을 경고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유럽 건강, 고령화, 은퇴 조사(SHARE)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2013년 기준, 전체 응답자의 19.5%인 약 1만 25명이 5kg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5kg 물건을 어렵지 않게 드는 사람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의 질 저하는 9.42%, 우울증 위험은 8.14%, 악력 저하는 7.38%, 골관절염 발생 위험은 6.98% 각각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류마티스 관절염, 심장마비, 당뇨병, 고혈압,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고관절 골절에 걸릴 위험 또한 다소 높았다. 특히 성별과 연령, 국가별 분석 결과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다양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5kg 무게의 물건을 쉽게 들어 올리지 못하는 현상이 단순한 노화 징후를 넘어 주요 질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중요한 신호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을 느낄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적인 건강 검진을 받고, 조기에 문제를 발견해 예방과 치료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중·노년층이 일상에서 간단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근력 약화와 연관된 질환 예방과 관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