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9일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고 양국 간 첨예한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제네바 합의 이후 희토류 수출 제한과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으로, 최장 4박 5일간의 마라톤 협상이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영국 정부의 초청에 따라 허리펑(何立峰) 정치국위원 겸 부총리가 8~13일 영국을 방문하며, 그 기간 중 미국과 중·미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 첫 회의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9일 런던에서 중국 대표단과 무역 협상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합의한 내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무역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다. 당시 양국은 90일간 서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고,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행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미국은 중국이 합의와 달리 '비관세 조치'인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중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합의를 어긴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반박하며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회담을 앞두고 중국 상무부는 외교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희토류 수출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희토류 관련 품목은 이중 용도 특성을 갖고 있어 수출통제는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면서도 "중국은 각국 민간 용도의 합리적 수요와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법률이 규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에어포스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이후 희토류에 대한 의문은 더는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희토류 공급업체에 6개월 임시 수출 허가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런던 회담은 지난달 제네바 회담의 2:3 포맷과 달리 미국 측에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합류해 3:3 체제로 진행된다. 중국 측은 허리펑 부총리를 필두로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제네바에 이어 런던 회담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9일부터 13일까지 최장 4박 5일간 진행될 수 있으며, 관세와 희토류 문제뿐만 아니라 유학생 비자 발급과 대만 문제까지 폭넓은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의 이번 회담 결과는 글로벌 무역 환경과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